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개막하며 8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내년 2월 1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아트플랫폼 등 제주 전역 5개 장소에서 열린다.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The Drift of Apagi: The Way of Water, Wind, and Stars)’를 주제로, 14개국 87명의 작가가 참여해 ‘표류’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연, 문화, 사회적 이슈를 탐구한다.

비엔날레는 ‘표류’를 통해 문화, 자연,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각적 담론을 제시한다. 제주라는 섬의 특성상 표류와 이주의 역사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와 문명의 여정을 예술로 표현했다.

특히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학계 전문가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임완수 박사(미국)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커뮤니티 맵핑으로 시각화했으며, 아구스 누르 아말(인도네시아)은 제주의 영등굿에서 영감을 받은 오브젝트 시어터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제주 작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철새의 이동을 테마로 한 고길천, 김용주, 이은봉 작가, 해양 쓰레기 추적 작업을 한 양쿠라 작가, 표류를 미디어적으로 해석한 부지현 작가 등이 참여해 제주의 정체성과 자연을 독창적으로 담아냈다.

이번 비엔날레는 6개의 소주제를 통해 관람객이 항해와 표류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중심 전시와 함께 개막식에서는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대만의 롤롤롤(lololol)은 식물 심전도기를 활용한 독특한 네오샤먼 퍼포먼스를, 인도네시아의 아구스 누르 아말은 신작 ‘라룽 페스티벌(LARUNG FESTIVAL)’을 통해 제주의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오브젝트 시어터를 선보였다.

특히 대만의 린슈카이(Lin Shu Kai)는 자전거를 타고 전시장을 항해하듯 표류하며 제주 시내 곳곳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본 전시 외에도 다양한 연계 전시와 협력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장리석기념관에서는 ‘누이왁’ 특별전이 내년 2월 16일까지 열린다. 장리석 화백의 작품과 함께 해녀의 삶을 담은 사진과 자료가 전시된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이 개최되어 내년 3월 30일까지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종후 총감독은 “제주는 표류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섬으로, 이번 비엔날레는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 예술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며,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표류와 항해라는 삶의 본질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비엔날레는 개막 이후에도 제주 작가와 국제 작가의 소통을 위한 ‘커넥트 제주’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관련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람객과 예술가가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예술과 자연, 지역성과 국제성을 융합한 독창적인 시도로, 83일간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예술 여행을 선사할 예정이다.